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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초 재배 프로젝트의 목적과 이유.

“삶은 모순으로 뒤엉켜 있지만 우리는 그 모순들과 살아야 한다 …(중략)”  내 작업 노트 첫 문장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난 지난 시간동안 그 모순적인 풍경들을 찾아 시각화 텍스트화 했다. 나는 600평 규모의 땅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하고 있는 6년 차 농부이자, 20년 차 시각 예술가로서 그동안의 번민과 고뇌를 진지하게 생각했고 여기서 잡초 재배 프로젝트는 시작한다. 잡초의 사전적 정의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기도 한다’이다. 농부와 잡초와의 관계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영원한 천적과도 같다. 아무리 열심히 뽑아도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개체수로 번식하며, 농약을 사용한다 해도 결국 내성이 생기면 잡초는 더욱 울창하게 자란다. 따라서 잡초를 재배하는 행위는 사전적 정의에 반하는 모순적 행동이다. 하지만 나는 잡초를 재배하며 모순적인 태도를 시각, 청각화 하고자 한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키웠을 때, 이런 나의 모습, 그리고 모든 과정을 텍스트로 기록하고 그 텍스트를 통해 프로젝트의 끝에서 나를 돌아봤을 때,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다가올 지 알고 싶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에서 모순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우리들 주변에 늘 존재하는 익숙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풍경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싶다.

 

2. 잡초 재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와 제주도 농사와의 관련성.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처음 농사를 시작한 2016년 봄이다. 제주에서는 밭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농사를 해야만 했고, 나 역시 밭을 소유하게 됐기 때문에 당장 농사를 시작해야만 했다.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내게 마을 주민들이 참깨 농사를 추천해 주셨고, 나는 아주 단순하게도 유기농 참기름을 얻기 위한 목표로 깨 농사를 시작했다. 600여평의 땅에 참깨 씨앗을 뿌렸고 모두의 격렬한 반대를 무시하고 친환경 재배법으로 일궈 나갔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쪼그려 앉아 일일이 잡초를 손으로 뽑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처절하게 후회를 한다. 참깨와 잡초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왔고 잡초를 뽑았는데 참깨의 뿌리와 뒤엉켜 같이 뽑혀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목표치의 1/5만 수확을 할 수 있었고 겨우 3병의 참기름만 얻을 수 있었다. 첫 농사는 참담하고 혹독했지만, 그 때 조금 알게 됐다. 내가 그동안 바라봤던 풍경에 대한 질문의 대답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 모든 풍경은 소유주의 의지에 의해 바뀌며 이용 목적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가장 힘들게 했던 잡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나는 3년생 아로니아 묘목 253그루를 밭에 심는다. 아로니아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작물들에 비해 사람의 손이 많이 가지 않더라도 비교적 잘 자라서 주변에서 자라는 풀들의 관찰이 용이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됐지만, 그 때는 그렇게 알고 심었다. 3년생 묘목이었기 때문에 나무가 매우 작았고 뿌리 또한 매우 어렸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잡초로 인해 나무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결국 저는 다시 쪼그려 앉아 하나하나 손으로 잡초를 뽑기로 하고 기나긴 싸움을 시작한다.

 

3. 잡초의 기준과 의미.

뿌리가 땅 속 깊이 박혀 있어 뽑기도 어렵고, 꽃이 피고 씨앗이 달리면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다시 싹을 내미는 골치 아픈 녀석이 하나 있는데, 비교적 최근 에야 ‘망초’라는 이름을 가진 잡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요즘에는 보기 힘든 나팔꽃 또한 나에게는 잡초다. 나팔꽃의 넝쿨이 아로니아 나무를 타고 올라가 꽃과 함께 뒤엉켜버리면 열매 수확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에게 잡초의 기준은 농사를 하는데 해가 되냐 되지 않으냐의 차이다. 이웃에 배추와 상추, 초당 옥수수를 재배하는 삼춘이 계신데, 그 분에게 달팽이는 그 존재 자체가 공포와도 같은 무시무시한 대상이며 양배추에게 귀뚜라미는 있어서는 안 될 해충이다. 달팽이와 귀뚜라미가 모든 것들을 갉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가 지고 깜깜해지면 머리에 랜턴을 단 사람들 수십명이 와서 젓가락으로 달팽이를 잡는다. 귀뚜라미는 손으로 잡기 어려워서 밭이 하얗게 될 정도로 가루약을 뿌려 놓으면 다음 날 아침, 죽은 녀석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이 녀석들은 이곳에서 해충으로 존재한다. 나에게도 달팽이는 가혹한 존재인데 더하여 연두색의 거대한 호랑나비 애벌레와 반짝이는 초록색 풍뎅이들은 보이는 모든 이파리와 열매들을 갉아먹어 수확이 한창인 여름에 나 역시 머리에 랜턴을 달고 녀석들을 잡느라 바쁘다.

 

4.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의 설명.

잡초 재배 프로젝트는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사진 작업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와 이어진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제목은 은유적으로 만들어서 해석이 필요하다. 종달새는 봄이 되면 나타나는 텃새다. 종달새가 날아오를 때는, 날아오른 그곳이 그들의 영역임을 알리는 행위이며 다른 새들에게 침범하지 말라고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이다(그럼에도 종달새가 날아오를 때, 지저귀는 소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따라서 종달새가 날아오를 때, 나를 안아 달라는 것과는 서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혹시 누군가에게는 종달새의 소리와 함께 그 행위가 아련한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를 재배하는 행위가 의미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잡초 재배의 행위가 의미가 있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서 기운 넘치는 활기찬 개발이 시작되고 지난 겨울의 풍경이 다시 변한다. 그래서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의 대상은 난개발로 사라져가는 풍경인 동시에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럽지 않게 변해버린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개발에는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 강정 해군 기지에는 태풍이 오면 군함이 정박할 수 없다. 그래서 태풍이 오면 다른 곳으로 군함들이 피신을 간다. 하수처리의 용량이 기준을 초과하여 대부분의 하수 처리장에서 똥물을 그대로 바다로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규모 건축 인허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승인이 이루어진 테마 파크에서는 똥물을 비롯한 오폐수가 길거리로 콸콸 쏟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제2공항의 추진 문제로 지역 사회가 매우 어수선하다. 삼나무가 일본에 의해 전략적으로 심어졌다고는 하나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의 벌목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공무원들은 제2공항 건설 추진과 함께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름다웠던 삼나무 숲을 순식간에 베었다. 이렇게 모순되는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1번과 2번의 질문에 대한 답글과 함께 현실에서의 아이러니함을 제목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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